NOTES · 기초 02 · 관측 · 2026.11.04 · 8분

별이 흐르지 않는 셔터 속도

삼각대에 올려도 별이 길쭉하게 찍히는 이유와 500 룰이 요즘 카메라에서 잘 맞지 않는 이유. 별의 각속도, 화소 하나가 보는 각도, 적위까지 넣은 NPF 룰로 직접 계산해 봅니다.

노출500 룰NPF 룰화소 피치

별은 1초에 하늘에서 15″씩 움직입니다. 셔터를 오래 열어 둘수록 그 움직임이 화소 위에 선으로 남습니다.

삼각대에 단단히 고정하고 찍었는데도 확대해 보면 별이 작은 콩처럼 길쭉합니다. 흔들린 게 아닙니다. 셔터가 열려 있는 동안 하늘이 돌았을 뿐입니다. 지난 글에서 본 일주운동이 사진 위에 그대로 기록된 것입니다.

그럼 셔터를 몇 초까지 열어도 별이 점으로 남을까요? 흔히 쓰는 답이 500 룰인데, 요즘 고화소 카메라에서는 잘 맞지 않습니다. 이 글에서는 숫자 세 개로 그 이유를 직접 계산해 봅니다. 하늘이 얼마나 빨리 도는지, 화소 하나가 하늘을 얼마나 넓게 보는지, 그리고 대상이 하늘 어디에 있는지입니다.

별은 얼마나 빨리 움직이나

천구는 23시간 56분 4초(86,164초)에 한 바퀴, 360°를 돕니다. 각도를 초 단위(″, 1° = 3,600″)로 바꾸면 다음과 같습니다.

ω = 360° × 3600 ÷ 86164 s ≈ 15.04″/s천구 적도 위에 있는 별의 겉보기 속도

단, 이건 천구 적도 위의 별 이야기입니다. 북극성 근처의 별은 작은 원을 그리니 훨씬 느리게 움직입니다. 적위가 δ인 별의 속도는 적도에서의 속도에 cos δ를 곱한 값입니다. 은하수 중심부(δ = −29°)는 적도 속도의 87%, 북두칠성(δ ≈ +55°)은 57%, 북극성은 거의 0입니다. 같은 노출이라도 어느 쪽 하늘을 찍느냐에 따라 별이 흐르는 정도가 다릅니다.

화소 하나는 하늘을 얼마나 볼까

이제 그 움직임이 사진에서 몇 화소인지가 문제입니다. 화소 하나가 담당하는 하늘의 각도는 화소 크기(p)와 초점거리(f)로 정해집니다.

θ = 206.265 × p[µm] ÷ f[mm] (″/화소)206.265는 라디안을 초 단위 각도로 바꾸는 상수(206,265)를 µm·mm 단위에 맞춘 값

예를 들어 4,500만 화소 풀프레임(화소 크기 약 4.4µm)에 14mm 렌즈를 쓰면 화소 하나가 약 65″를 봅니다. 별이 1초에 15″ 움직이니, 적도 근처 별은 약 4.3초마다 화소 하나씩 옆으로 밀려납니다. 20초를 찍으면 4.6화소 길이의 선이 됩니다.

결국 별이 흐르는 길이는 이렇게 정리됩니다.

궤적 길이(화소) = 노출 시간 × 15.04 × cos δ ÷ θ

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가 나옵니다. 화소가 작을수록, 초점거리가 길수록 같은 노출에서 별이 더 많이 흐릅니다. 렌즈와 노출이 같아도 카메라만 고화소로 바꾸면 별이 더 길쭉하게 보입니다.

500 룰이 어긋나는 이유

500 룰은 "500을 (초점거리 × 크롭 배율)로 나눈 초까지는 괜찮다"는 규칙입니다. 14mm 풀프레임이면 500 ÷ 14 ≈ 36초입니다.

이 규칙은 필름 시절, 35mm 필름을 엽서 크기로 인화해서 눈으로 볼 때를 기준으로 만들어졌습니다. 식에 화소 크기가 없습니다. 그래서 4,500만 화소 카메라에서 36초를 찍고 100%로 확대하면 은하수 중심부의 별도 7화소 넘게 늘어납니다. 웹에 작게 올리면 티가 안 나지만, 크게 인화하거나 크롭하면 바로 보입니다.

NPF 룰: 화소와 조리개를 넣은 계산

이 문제를 보완한 것이 프랑스 천문학회(SAF)의 프레데리크 미쇼가 정리한 NPF 룰입니다. 조리개 값(N), 화소 크기(p), 초점거리(f)를 모두 넣습니다. 널리 쓰이는 단순화 버전은 다음과 같습니다.

t = (35 × N + 30 × p[µm]) ÷ f[mm]여기에 대상의 적위를 반영하려면 결과를 cos δ로 나눈다

조리개가 식에 들어가는 이유는 조리개를 조이면 별의 상 자체가 조금 커지기 때문입니다. 원래 몇 화소 크기인 별은 1~2화소쯤 늘어나도 둥글게 보입니다. 14mm, f/1.8, 4.4µm로 계산하면 (63 + 132) ÷ 14 ≈ 14초, 은하수 중심부의 적위까지 반영하면 약 16초입니다. 500 룰의 절반 아래입니다.

직접 바꿔 보세요. 아래 그림은 센서의 일부를 화소 단위로 100% 확대한 모습입니다. 카메라와 렌즈, 대상의 적위를 바꾸고 "500 룰로", "NPF 룰로" 버튼을 눌러 비교해 보세요.

INTERACTIVE · 별 궤적 계산기풀프레임 45MP · 14mm f/1.8
이 설정의 궤적
4.1 px
판정
궤적이 보임
500 룰
36초
NPF 룰 (적위 반영)
16초
카메라
조리개
노출을 규칙에 맞추기
화소 하나가 보는 각도 64.8″ · 별의 겉보기 속도 13.2″/s · 단순화한 NPF 식에 적위 보정(÷cos δ)을 더한 근사값입니다.

해 볼 만한 것들입니다.

  • 카메라를 24MP → 61MP로 바꾸면 같은 노출에서도 궤적이 길어집니다. 화소가 작아졌기 때문입니다.
  • 적위를 −29°에서 +85°(북극성 근처)로 옮기면 궤적이 거의 사라집니다. 별 궤적 사진에서 북극성 근처 원이 작은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.
  • 초점거리를 50mm 이상으로 올리면 몇 초만 열어도 별이 흐릅니다. 망원 렌즈로 은하수를 찍으려면 추적 장비가 필요한 이유입니다.

실제로 찍을 때

규칙은 출발점일 뿐입니다. 계산된 시간으로 한 장 찍고, 카메라 화면에서 별을 최대한 확대해서 확인하세요. 화면 가장자리의 별은 렌즈 수차 때문에 원래 조금 늘어나 보이니 중앙 근처를 보는 게 좋습니다.

짧게 여러 장 찍어 합치는 방법도 있습니다. 노출이 짧으면 사진이 어둡고 노이즈가 많습니다. 짧은 노출로 여러 장을 찍어 겹치면(스태킹) 노이즈가 줄어듭니다. 별이 흐르지 않는 노출 시간을 지키면서 밝기를 얻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.

더 길게 찍고 싶다면 하늘을 따라가면 됩니다. 적도의(추적 장비)는 카메라를 하늘과 같은 속도로 돌려서 별이 화소 위에 머물게 합니다. 이때 회전축을 천구 북극에 맞추는 작업이 극축 정렬입니다.

정리

  • 별은 1초에 15.04″ × cos δ만큼 움직인다. 대상의 적위에 따라 속도가 다르다.
  • 화소 하나가 보는 각도는 206.265 × p ÷ f″이다. 화소가 작고 초점거리가 길수록 같은 노출에서 별이 더 흐른다.
  • 500 룰에는 화소 크기가 없어서 고화소 카메라에서는 너무 너그럽다.
  • NPF 룰(35N + 30p) ÷ f에 적위 보정을 더하면 지금 카메라에 맞는 출발점이 된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