NOTES · 기초 01 · 천문학 · 2026.11.02 · 9분

별은 왜 북극성을 중심으로 돌까

하늘을 하나의 커다란 공으로 생각하면 별의 움직임이 한 번에 정리됩니다. 천구와 일주운동, 지평 좌표와 적도 좌표, 그리고 북극성의 고도가 내가 선 곳의 위도와 같은 이유.

천구일주운동좌표계극축 정렬

별 궤적 사진을 찍어 보면 모든 별이 한 점을 중심으로 동그랗게 돕니다. 별이 도는 게 아니라, 우리가 돌고 있기 때문입니다.

처음 은하수를 찍으러 나가면 헷갈리는 게 많습니다. 어제 이 시간에 남쪽에 있던 은하수가 왜 오늘은 조금 더 일찍 뜨는지, 북극성은 왜 늘 그 자리에 있는지, 별자리 앱에 나오는 "적경 17h 45m, 적위 −29°" 같은 숫자는 무슨 뜻인지.

이 글은 그 질문들을 하나의 그림으로 정리합니다. 하늘을 커다란 공이라고 생각하는 것, 그것 하나면 됩니다.

하늘은 하나의 공이다

별까지의 거리는 제각각입니다. 시리우스는 8.6광년, 데네브는 2,600광년쯤 떨어져 있습니다. 그런데 둘 다 너무 멀어서 우리 눈에는 거리 차이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. 그래서 천문학에서는 모든 별이 나를 중심으로 한 거대한 구의 안쪽 면에 붙어 있다고 생각합니다. 이 가상의 공을 천구라고 부릅니다.

거리를 버리는 대신 남는 건 방향뿐입니다. 별의 위치를 말한다는 건 결국 "어느 방향에 있느냐"를 말하는 것이고, 방향은 각도 두 개로 정할 수 있습니다. 지구 위의 위치를 경도와 위도로 나타내는 것과 똑같습니다.

지구가 돌면 천구가 돈다

지구는 하루에 한 번 자전합니다. 지구 위에 서 있는 우리 눈에는 반대로 천구 전체가 하루에 한 바퀴 도는 것처럼 보입니다. 이것이 일주운동입니다.

이 회전에는 축이 있습니다. 지구 자전축을 하늘까지 길게 늘이면 천구와 만나는 두 점이 생기는데, 이것이 천구 북극과 천구 남극입니다. 모든 별은 이 점을 중심으로 원을 그립니다. 그리고 우연히도 천구 북극에서 겨우 0.7°쯤 떨어진 자리에 2등급 별이 하나 있습니다. 바로 북극성입니다. 북극성이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회전축 바로 옆에 있기 때문입니다.

아래 그림은 서울에서 북쪽 하늘을 본 모습입니다. 그림을 좌우로 끌거나 재생을 눌러 보세요. 궤적을 켜면 장노출 사진처럼 별이 지나간 길이 남습니다.

INTERACTIVE · 북쪽 하늘드래그해서 시간 이동
재생 · 궤적
좌표선
북극성 고도
37.8°
관측 위도
37.5°
하늘이 돈 각도
0°

몇 가지를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.

  • 별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돕니다(북쪽을 보고 있을 때).
  • 한 시간에 약 15°씩 돕니다. 360°를 24시간으로 나눈 값입니다.
  • 북극성에 가까운 별은 작은 원을, 먼 별은 큰 원을 그립니다. 원이 충분히 작은 별은 지평선 아래로 지지 않습니다.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이아가 서울에서 일 년 내내 보이는 이유입니다.

정확히는 하늘이 한 바퀴 도는 데 24시간이 아니라 23시간 56분이 걸립니다. 지구가 하루 동안 태양 주위를 조금 돌아가기 때문에 태양을 기준으로 한 하루(24시간)가 별을 기준으로 한 하루보다 4분쯤 깁니다. 그래서 같은 별은 매일 4분씩 일찍 뜨고, 한 달이면 2시간 일찍 뜹니다. 여름 은하수가 계절 따라 "이동"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.

북극성의 고도는 내 위도와 같다

그림의 위도 슬라이더를 움직여 보세요. 위도를 낮추면 북극성이 지평선 쪽으로 내려가고, 높이면 머리 위로 올라갑니다. 아래 숫자를 보면 북극성의 고도와 관측 위도가 거의 똑같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.

이유는 간단합니다. 북극에 서면 지구 자전축이 머리 위를 향하므로 천구 북극은 고도 90°, 바로 머리 위에 있습니다. 적도에 서면 자전축이 지평선과 나란해지므로 천구 북극은 고도 0°, 북쪽 지평선 위에 놓입니다. 그 사이에서는 위도만큼 기울어진 만큼 천구 북극도 기울어집니다.

장소위도북극성 고도북쪽 하늘의 모습
북극90°90° (머리 위)모든 별이 지평선과 나란하게 돌고, 뜨거나 지지 않음
서울37.5°약 37.5°북극성 근처 별은 지지 않고, 나머지는 비스듬히 뜨고 짐
적도0°0° (지평선)모든 별이 수직으로 뜨고 짐
남반구음수지평선 아래북극성이 보이지 않음

옛날 뱃사람들이 북극성 높이로 자기 위도를 알아낸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.

두 가지 주소: 지평 좌표와 적도 좌표

별의 위치를 각도 두 개로 나타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. 그림의 좌표선 버튼으로 둘을 바꿔 가며 보세요.

지평 좌표는 나를 기준으로 합니다. 지평선에서 몇 도 올라가 있는지(고도), 북쪽에서 시계 방향으로 몇 도 돌아가 있는지(방위각)로 나타냅니다. "남쪽 하늘 낮게, 고도 15°" 같은 표현이 지평 좌표입니다. 직관적이지만 같은 별이라도 장소와 시간에 따라 숫자가 계속 바뀝니다. 재생을 누르면 별이 초록색 격자를 가로질러 움직이는 게 보입니다.

적도 좌표는 천구에 붙어 있는 주소입니다. 지구의 위도와 경도를 하늘에 그대로 옮긴 것으로, 위도에 해당하는 것이 적위, 경도에 해당하는 것이 적경입니다. 이 격자는 천구와 함께 돌기 때문에 별과 격자가 같이 움직입니다. 그래서 별마다 적경·적위가 고정되고, 별자리 앱이나 성도에 적힌 숫자가 바로 이것입니다.

지평 좌표적도 좌표
기준내 지평선과 머리 위천구의 적도와 북극
두 숫자고도, 방위각적위, 적경
시간이 지나면계속 바뀜그대로
쓰는 곳"지금 어디를 보면 되나"별의 고유 주소, 성도, 망원경 자동 추적

적경은 각도 대신 시간 단위(0h–24h)로 씁니다. 하늘이 한 시간에 15°씩 돌기 때문에, 적경 1시간 차이는 "한 시간 뒤에 그 자리에 오는 별"이라는 뜻이 됩니다.

은하수를 찍는 사람에게 이게 왜 중요할까

은하수 중심부의 적위는 −29°입니다. 천구의 적도보다 29° 남쪽에 있다는 뜻입니다. 서울(37.5°N)에서 이 별이 가장 높이 떠도 고도는 90 − 37.5 − 29 = 23.5°밖에 되지 않습니다. 우리나라에서 은하수 중심부가 늘 남쪽 낮은 하늘에 걸려 있고, 남쪽 지평선이 트인 곳을 찾아다녀야 하는 이유입니다. 위도가 낮은 제주도가 조금 더 유리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.

적도의(별 추적 장비)의 극축 정렬은 장비의 회전축을 천구 북극에 맞추는 일입니다. 축이 맞으면 모터가 하늘과 같은 속도(23시간 56분에 한 바퀴)로 돌면서 별을 따라갑니다. 북극성을 극축 망원경에 넣는 건 북극성이 천구 북극에 가장 가까운 밝은 별이기 때문이고, 정확히는 0.7° 옆의 빈 자리에 맞춥니다.

별 궤적 사진에서 원의 중심이 화면 어디에 오는지는 북쪽 구도에서 북극성의 위치로 정해집니다. 서울이라면 북쪽 지평선에서 37.5° 위입니다.

정리

  • 별은 모두 하나의 공(천구)에 붙어 있다고 생각한다. 남는 정보는 방향뿐이다.
  • 지구가 돌기 때문에 천구는 23시간 56분에 한 번, 천구 북극을 중심으로 돈다.
  • 북극성은 천구 북극 바로 옆에 있어서 거의 움직이지 않고, 그 고도는 관측자의 위도와 같다.
  • 지평 좌표(고도·방위각)는 "지금 어디를 보느냐", 적도 좌표(적경·적위)는 "그 별의 고유 주소"다.

다음 글에서는 이 회전 속도, 1초에 15″라는 숫자가 사진에서 별을 얼마나 흐르게 만드는지 계산해 봅니다.